금융 전반에 분산원장 적용하는 英…한국은?
영국, 5년간 디지털증권샌드박스 운영
분산원장기술 활용한 주식·채권 등 거래
국내 시장 비정형적 증권 거래에만 집중
“한국도 분산원장 기술 도입 효과 고려해야”
지난 1월 디지털증권샌드박스(DSS) 도입을 발표한 영국이 금융시장 내 분산원장 기술 적용을 앞두고 있다. 유가증권을 발행하고 거래할 때 가상자산처럼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하겠단 계획이다. 기존의 금융서비스와 차별성이 인정되는 서비스에만 특례를 제공하는 한국과는 차이를 보인다. 증권가에선 한국도 영국처럼 토큰증권이 기존 금융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영국은 향후 5년간 DSS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제외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을 발행 및 거래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DSS 제도를 통해 추후 개정이 필요한 법안을 살펴보고 금융 인프라 시스템에 이를 시범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 영국 재무부는 DSS 제도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면서 본격 실행에 나섰다. 영국은 약 1년간 DSS 제도의 틀을 구성했고 영란은행(BoE), 영국금융감독청(FCA)에 규제 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관련 세부 지침서 등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 4월 은행 규정 및 수수료 체계, 신청자를 위한 지침 문서 등의 세부 내용을 담고 있는 BoE와 영국 FCA의 협의안이 공개됐고, 지난 5월 29일까지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했다.
한편 한국은 금융위에서 규제 샌드박스 제도(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영국의 DSS제도와 국내 혁신금융서비스는 도입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이 토큰증권 제도화 시 분산원장 도입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 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DSS제도는 분산원장 기술을 금융 시장에 도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됐다”며 “반면 혁신금융서비스는 핀테크 등 금융 환경에서의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해 기존 규제 적용을 유예하고 시범 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분산원장기술 도입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의 발행과 유통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있다. 다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어렵고,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증권신고서 작성이 쉽지 않아 다양한 사례가 나오지 못하면서 국내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기존의 증권 제도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새로운 제도 하에서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국내의 경우 새로운 투자처 제공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분산원장 기술 도입에 따른 효과는 시장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 연구원은 “국내 금융당국 또한 기존의 전자증권을 토큰증권으로 대체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효율성, 투명성 개선 여부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추후 영국 DSS 참여 기업 선정과 평가보고서 등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