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꾀하기 어렵다”…증권사부터 스타트업까지 STO 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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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꾀하기 어렵다”…증권사부터 스타트업까지 STO 업계 ‘한숨’

STO 고객사 확보 어려움 겪는 증권가
해외로 눈돌리는 국내 ST 스타트업들
“STO 기업 투자 활성화·기술 교류 必”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국내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이 조각투자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상품을 고안해내는 스타트업의 등장이 줄고 있다. STO 사업에 나선 증권업계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손잡을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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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데일리)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STO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적인 토큰증권 상품을 고안해낼 만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지 않아서다. 한 증권사 STO 사업 담당자는 “혁신적인 아이템을 기반으로 스타트업과 협력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가져오는 곳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음악저작권, 미술품 등 기존 조각투자업체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업계는 STO 제도화에 진전이 없다보니 스타트업이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토큰증권 아이템 구상을 마친 일부 스타트업들은 국내 제도화가 미뤄지자 해외 진출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투자 플랫폼 소셜러스, 항공 리스 관리 스타트업 VMIC, 스케일업 전문 투자사 나눔엔젤스 등 국내 유망 STO 스타트업들은 이미 싱가포르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섰다.

반면 국내 STO 시장의 경우 스타트업들이 뛰어들긴 어려운 구조다. 국내에서 토큰증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신탁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으로 상품을 발행해야 한다. 신탁수익증권의 경우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발행해야 하는데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 보니 규모가 큰 기업들이 합심해 상품을 내놓아도 심사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증권신고서를 작성해야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스타트업 투자혹한기가 STO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올해 국내 벤처캐피탈(VC) 시장에서 초기 스타트업들은 자금 모집과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TO 시장에 투자업계의 이해도도 낮다보니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엔 환경이 제한적이다.

한 STO 스타트업 관계자는 “시드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 라운딩을 돌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벤처캐피탈(VC) 쪽은 ST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적다보니 자산운용사 위주로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공식 취임함에 따라 STO 제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티몬·위메프 사태를 비롯해 해결해야 하는 금융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당국의 관심이 STO 업계까지 올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법제화에 대한 국회의 관심도 시들면서 기존 플랫폼들의 입지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선 STO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업계의 기술 교류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STO 업계 관계자는 “제한적인 환경으로 인해 혁신적인 토큰증권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며 “빠른 시일 내에 STO 법제화가 이뤄져 STO 시장이 개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